15세 남자가 6개월 전부터 우측 종아리에 부종이 지속되고 통증이 발생하여 내원하였다. 환자는 타 병원에서 단순방사선영상촬영 및 단층전산화촬영을 시행하였으나 특이 소견을 발견하지 못하였다. 환자는 과거력상 혈액 관련 질환 및 수술력 등 특이한 소견은 없었으며, 기억에 남는 하지 부분의 외상력 또한 없었다. 양측 하지의 운동 및 감각 기능에 이상 소견은 보이지 않았으며, 우측 종아리 후면을 누르면 가벼운 압통 및 불편감을 호소하였다. 양측 하지의 열감은 비슷하였으며, 편측 하지에 비하여 환측에서 가벼운 부종 소견이 의심되었으나 저명하지는 않았다. 촉지 검사 결과 우측 종아리 후면에서 종괴가 발견되지는 않았다. 환자의 혈액 검사 결과 전혈구수 및 염증 수치에서 모두 정상 소견을 보였다. 항응고 검사에서는 정상 소견으로 보였으나, D-dimer가 4.7 µg/mL (normal<0.5 µg/mL)로 증가한 소견을 보였다. 혈전 질환이 의심되었으나 환자에게서 심부정맥혈전증(deep vein thrombosis, DVT)을 유발할 만한 기저 질환 및 위험 요소가 발견되지 않았다. 종아리 후면의 혈관 관련 이상 소견을 검사하기 위하여 외래에서 정형외과 의사에 의하여 초음파 검사가 시행되었다. 초음파 검사에서 종아리 뒷면의 소복재정맥을 따라서 세 개의 종괴가 관찰되었다. 각 종괴는 원위부에서 근위부로 약 5 cm 이상의 간격을 두고 있었다. 도플러초음파검사(duplex sonography) 결과 중간 부위 종괴에서 혈류 와류 소견이 저명히 보였으며, 모든 종괴에서 혈전 의심 소견이 관찰되었다(Fig. 1). 그 밖에 대복재정맥이나 슬와동정맥 등의 다른 정맥과 동맥에서 초음파를 이용하여 혈관 상태를 확인하였으나 특이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종아리 근육 및 심부 골격계의 이상 소견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추가적으로 자기공명영상 촬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을 시행하였다. MRI상 15.0×14.5 mm, 14.4×8.0 mm, 18.0×13.0 mm 크기로 근위에서 원위부로 종괴가 보였다. 종괴 주변부(rim)의 조영증강은 세 개의 종괴에서 모두 다른 소견을 보였다. MRI 판독상 병변이 신경초종 주변부에 혈전을 동반한 낭성 변화 또는 혈관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MRI상 주변의 하지 구조물에서 특이 소견은 발견되지 않았다(Fig. 2). 하지의 통증이 6개월 이상 지속되었고 혈전과 혈관 관련 합병증 발생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하여 조직학적 검사를 동반한 수술적 치료를 시행하기로 하였다. 수술실 내에서 초음파를 이용하여 세 종괴의 위치를 정확히 표시하였고, 근위부와 원위부 종괴 부위의 피부에 각각 3 cm 절제를 가하였다. 근위부부터 시작하여 각각의 종괴 위아래에서 혈관을 결찰 후 절개하였으며, 중간 부위 종괴의 혈전은 원위부 혈관에서 혈관풍선카테터(vascular balloon catheter)를 진입하여 제거하였다(Fig. 3). 세 종괴는 조직 검사상 혈전을 동반한 정맥류로 진단되었다. 수술 후 하지의 압박 붕대 적용을 하였고 3주간 저용량 아스피린(81 mg)을 하루 2회 복용하였다. 환자는 수술 후 특이 합병증 소견을 보이지 않았고, 하지 부종 및 통증 증상은 사라졌다. 수술 후 12개월에 시행한 추적 초음파 검사 결과 소복재정맥 부위 원위부의 정맥 혈류 흐름이 사라졌으며, 잔존하는 혈관 부위에서 종괴나 혈전은 발견되지 않았다.
정맥에 발생하는 정맥류는 드물게 보고되고 있다. 하지에서는 슬와정맥(popliteal vein)에 발생하는 것이 종종 보고되나 본 증례처럼 소복재정맥에서 여러 개 관찰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정맥류는 하지 무거움, 피로감, 부종 및 기계적(mechanical) 통증 등의 증상과 소견을 보이기 때문에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슬와정맥류의 경우 비교적 크기 때문에 약 20% 정도에서는 촉지 가능한 종괴가 만져지나, 소복재정맥류 같은 천부 정맥류의 경우에는 크기가 작아 만져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천부 정맥류는 한쪽 다리의 부종 및 간헐성 파행증(intermittent claudication)이 일반적인 증상으로 나타나며, 심부정맥혈전증(DVT)과 혼동하기 쉽다.2)
정맥류의 일반적인 정의는 병변 부위의 근위부 및 원위부에 있는 비정맥류 또는 정상 분절 혈관 직경의 1.5배로 확장되는 것이다. 하지에 발생하는 정맥류는 심부 정맥류와 천부 정맥류로 구분할 수 있다. 심부 정맥류는 천부 정맥류보다 혈전색전증(thromboembolism) 및 보다 심각한 혈관 관련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3) 슬와정맥류(popliteal vein aneurysm)는 청소년기부터 고령까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평균 발생 연령은 40∼50대인 것으로 보고된다. 여성에서 발생할 때는 좌측 발에서 호발하는 것으로 보고된다.4) Sessa 등5)의 보고에 따르면 낭상(saccular)이 75%, 방추형(fusiform)이 20%, 그리고 비정형적 발생이 5%이다. 소복재정맥에서는 매우 드물게 발생하여 평균 발생 연령이나 인종, 성별에 대한 정확한 보고는 없다. 동맥 중에서는 슬와동맥(popliteal artery)에서 종종 발생하며, 정맥에서는 총대퇴정맥(common femoral vein), 외장골정맥(external iliac vein), 슬와정맥 순으로 흔히 발생하고 그 다음이 복재정맥(saphenous vein)인 것으로 보고된다.4)
슬와정맥류의 병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며 외상, 염증 과정, 선천적 요인, 과응고장애(hypercoagulability) 등을 포함하여 다양한 가설이 제시되고 있다. 소복재정맥에서도 비슷한 기전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일부 논문에서는 폐색전증(pulmonary embolism)이 발생하는 것을 이유로 혈전성향증(thrombophilia)과의 연관성을 찾는 연구도 있었으나, 조직학적 소견을 보면 병변이 발생한 혈관벽의 내막(intima)이 두꺼워지고, 탄력 섬유(elastic fibers)와 평활근육세포(smooth muscle cells)가 감소하고, 내피 세포에 바탕질 금속분해효소(metalloproteinases)의 발현(expression)이 증가하는 특성을 토대로 혈전성향증과의 연관성을 낮게 본 연구들이 있다.6) 일반적으로 천부 정맥류는 정맥 역류(venous reflux)와 만성 정맥 부전(chronic venous insufficiency)의 변화와 연관되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즉 지속적인 정맥 혈관 내 혈류 역류(reflux)와 정맥압 증가(venous hypertension)가 천부 정맥류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외에 외상, 염증, 유전적 질환과 연관되어 정맥 혈관벽이 확대(dilatation)되어 정맥류를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된다.3,7) 정맥류가 하지 정맥류(varicose vein)와 비슷한 기전으로 발생하기에 진단에서 혼동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정맥류는 어린이를 포함한 모든 연령층에서 발생하고, 신체의 다양한 부위에 나타날 수 있으며, 병변 정맥의 연장과 관련이 없는 정맥 분절의 국소적인 병변으로 발견된다는 점이 하지 정맥류와의 감별점으로 사용될 수 있다.8)
정맥류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병력과 신체 검사 및 영상 검사가 요구된다. 진단을 내리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는 초음파와 정맥조영술(venography)이 꼽힌다. 정맥 듀플렉스 초음파 촬영은 첫 번째 진단 검사에서 비교적 간단하고 비침습적으로 시행될 수 있으며, 정맥 확장(dilatation)과 혈전 유무 및 정맥류 내 역류를 시각화하는 방법으로 매우 신뢰도가 높다. 초음파 검사는 연부 조직 병변의 크기와 특성을 측정하고 심부정맥혈전증(DVT)을 진단에서 배제하는 데 유용하다. 또한 초음파는 베이커낭종(baker cyst) 같은 단순 낭종류나 동맥 혈관과의 교통 여부, 주변 혈관의 상태를 비교적 쉽게 감별 진단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과거에는 정맥조영술이 진단에 주로 사용되었으나 현재는 수술을 앞두고 있는 환자에게만 권장되고 있다.9) 컴퓨터 단층촬영 혈관조영술(computed tomography angiography)과 MRI 또한 정맥류와 주변 혈관과의 연관 상태나 심부 연부 조직 또는 골성 구조물에 대한 확인을 요할 때 추가적인 진단 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으나, 제한점이 많으며 진단에 모호함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10)
정맥류에서 가장 흔하고 문제가 될 수 있는 합병증은 혈전색전증과 이로 인한 폐색전증이다. 혈전색전증은 반복적인 폐색전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슬와정맥류(popliteal vein aneurysm)에서는 폐색전증이 종종 발생하고, 적절한 항응고(anticoagulation) 치료를 받더라도 병변의 크기가 자라거나 반복적인 폐색전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보고되었다.9) 20 mm 이상의 슬와정맥류 병변에서는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정맥류제거술(tangential aneurysmectomy) 및 측부 정맥과의 문합술(venorrhaphy)이 필요하고, 이하의 크기에서 혈전이 없는 경우에는 지속적인 경과 관찰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되었다.4,9) 천부 정맥류에서도 폐색전증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3,7) 천부 정맥류에서는 근육의 지속적인 수축으로 인해 혈전(thrombus)이 오래 축적되기보다는 비교적 빠르게 제거되어 심부 정맥보다 혈전색전증의 발생률이 낮지만, Gillespie 등11)의 보고에 따르면 일부 정맥류 환자에서 폐색전증이 발생하였다. 즉 천부 정맥류의 치료는 하지의 통증, 부종, 정맥의 역류 상태와 더불어 혈전색전증의 예방 필요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소복재정맥류는 슬와정맥에서 발생하는 경우보다 비교적 크기가 작고 폐색전증 발생 가능성이 낮지만, 병변이 크거나 다발성, 지속적으로 크기가 자라는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가능한 발생 유발 원인에 대한 혈액학적 및 유전적 검사, 폐 및 다른 부위 혈관에 대한 선별 검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정맥류는 일반적으로 크기가 비교적 크기 때문에 혈관 내 소작술(endovascular ablation)로는 치료하기가 어렵다. 일반적으로 천부 정맥류에서도 개방적 절제 및 결찰이 필요하나, 심부 정맥류와는 다르게 주변 혈관과의 교통을 만들어 줄 필요는 없다. 수술 후 치료는 압박 붕대의 적용이 요한다. 또한 슬와정맥류의 경우 저분자헤파린을 3주간 투여하는 것이 추천되고 있어 본 증례의 경우와 같이 혈전이 저명하게 있는 경우에는 추가적인 약물 치료가 추천된다. 또한 관련 위험인자, 이전의 혈전증 합병증 또는 수술적 치료가 있는 환자에서는 3개월 동안 경구 항응고제가 권장된다.4) 본 증례는 환자의 소복재정맥에 정맥류와 동반되어 비교적 큰 혈전이 보였으며 혈류의 와류가 지속되었기에 수술적 결찰 및 제거가 적당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근위부와 원위부의 정맥류는 개방적 절제 및 결찰술을 하였으며, 중간 부위의 정맥류에 발생한 혈전의 경우에는 혈관풍선카테터를 이용하여 제거함으로써 덜 침습적인 치료가 가능하였다. 정맥류가 슬와정맥에 발생한 경우는 종종 보고되었으나, 젊은 나이에 소복재정맥에 여러 개 발생한 케이스는 매우 드물다 할 수 있다. 천부 정맥류는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기에 본 증례를 보고하고자 한다.